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외신기자 여러분을 모신 자리에서 한국의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기본계획과 주요내용을 소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한국은 지금 매우 중요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과제는 새로운 시장경제의 규칙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정부주도적인 경제운영은 자금의 배분이나 사업기회의 형평성 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여 시장실패를 야기하였습니다.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외형을 팽창시킴에 따라 대부분의 산업이 자금부족 상태에 있었으므로 자금의 공급자인 은행은 경쟁적인 시장에 여신을 공여하기 보다는 정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주로 공급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관행이 자금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였고 은행문턱이 높다는 비판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은행들은 대출에 따른 지급보증이나 부동산담보를 요구하고 있어 담보제공이 쉬운 대기업이 부족한 금융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중소기업은 늘 자금부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차입한 자금으로 경쟁력이 미약한 분야에까지 진출함에 따라 높은 부채비율과 낮은 수익률이 한국기업의 특징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부실채권이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국가전체적으로 국제금융계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게 된 것입니다.


실추된 국가신용도를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해서 정부는 구조조정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할 것입니다.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우리가 미래에 번영할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구조조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 할 것입니다.

구조조정에 관한 경제대책조정 회의의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가 어제 배포되었으므로 가급적 중복을 피하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부는 은행부문의 개혁에 우선순위를 두고 비은행부문의 구조조정은 올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다만, 비은행금융기관이라 하더라도 금융질서를 저해하는 경우에는 즉시 영업을 정지할 것입니다.

신규 여신자금의 대부분이 금융기관과 공동운명체를 형성한 거액여신기업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중소기업은 피폐해지고 금융산업은 더욱 부실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채로 연명하고 있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은행의 구조조정과 함께 조기에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구조조정의 비용은 기본적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이 스스로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부담과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최소화해야 할 것 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개혁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는데 있다 할 것입니다.

금융부문에 대해서는 재정자금이 금융기관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보완하는 형태로 투입될 것이지만, 기업의 구조조정에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의 재정자금은 1) 성업공사에 의한 부실채권 인수 2) 금융기관의 자본확충, 그리고 3) 예금자보호 등을 위해 지원될 것입니다.

정부는 조만간 정리되어야 할 부실채권의 규모가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100조원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업공사가 약 25조원을 투입하여 이중의 절반정도를 시장가격 즉 장부가격의 약 50%수준으로 매입하게 될 것입니다. 예금보험공사는 유망한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을 위해 약 16조원을 투자할 것이며, 예금자보호를 위해 9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대체로 공채발행을 통해 조달될 것인데,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예금보험공사가 각각 25조원과 15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고, 정부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 이 채권의 지급을 보증하는 한편 이자비용을 부담할 것입니다.

'97년말 기준으로 BIS 비율이 8%에 미달한 12개 은행이 지난 4월말에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하였는데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6개의 회계법인이 12개 은행에 대한 자산실사를 통해 경영정상화 계획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들 회계법인은 숨겨진 부실을 찾아내어 은행의 재무제표가 국제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작성되도록 할 것입니다.

6월초에 경영평가위원회가 구성되어 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경영정상화계획의 승인여부를 심사할 것입니다. 이러한 12개은행에 대한 심사는 6월말 이전에 종료될 것입니다. 경영정상화계획이 승인되지 아니한 은행에 대해서는 금감위가 합병명령, 영업양도, 청산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할 것입니다. 또한 지난해 말에 BIS 비율이 8%를 상회한 12개 은행에 대해서도 실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비은행금융기관은 대주주의 주도하에 구조조정이 추진될 것입니다. 리스회사는 모회사인 은행의 자산실사와 연계하여 구조조정이 추진될 것이며, 잔존 종합금융회사에 대해서도 '98년 6월까지 BIS 비율 6%, '99년까지 8%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여 추가적인 시정조치가 부과될 것입니다. 부실한 증권회사와 보험회사는 건전성 심사기준을 확립하여 '98년 9월말까지 정리될 것입니다. 투자신탁회사는 당분간 자체적으로 마련한 경영정상화계획을 추진해 나가되 올해 하반기에 여건이 호전되면 은행신탁계정과 연계하여 정비하고자 합니다.

금융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안정화 조치가 강구될 것입니다. 다양한 사태의 발생에 대비하여 비상계획이 수립될 것이며 유동성 부족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한국은행이 긴급자금을 방출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인출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끝날 때까지 예금자는 보호될 것입니다.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하여서는 64개 계열기업이 재무구조 개선협약을 주채권은행과 체결하였습니다. 각 은행은 외부전문가를 영입한 부실기업판정위원회를 설치하여 회생불가능한 기업을 구분하게 됩니다. 여기서 회생불가능한 기업이란 이를테면 금리가 10-12% 수준으로 하락한 정상적인 여건하에서도 이익을 실현할 수 없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은행자산의 실사는 동시에 은행으로부터 여신을 받은 기업의 회생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의미합니다. 건전하지 못한 기업에 대한 여신에 대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충당금을 쌓게 함으로서 은행으로 하여금 부실기업에 대한 여신을 중단하여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5월말 이전에 회생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기업이 구분될 것인데 이는 뇌사상태에 있는 환자로부터 산소마스크를 빼어내어 건전한 기업에 보다 많은 산소가 공급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편 대기업 집단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보다 가속화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활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며,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다양한 종류의 특별목적회사(SPV)를 설립하여 구조조정을 용이하도록 할 것입니다.

금융감독위원회 내부에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구조개혁기획단을 설치하였습니다. 기획단은 금융경제학자, 변호사, 회계사, 구조조정 전문가 등을 영입하였으며 세계은행 등으로부터 기술적 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 자금난에 처해 있는 동아그룹에 대해 관심이 많을 줄 압니다. 50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동아그룹 채권단은 그룹의 구조조정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임시 운영자금을 공여하면서 건설부문을 제외한 동아그룹의 모든 자회사와 자산을 국내외 투자가에게 되도록 빨리 매각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최원석회장은 주주권을 포기하였으며 현재의 경영진은 교체될 것입니다. 동아그룹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구조조정은 채권금융기관의 주도하에 추진될 것이며 정부는 개입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기본적인 가이드 라인만 제공하는 원칙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대기업 구조조정의 성공적인 사례로 한라그룹을 들 수 있겠습니다. 로스차일드사는 10억불을 한라그룹에 제공하고 M&A를 주관하여 매각대금을 우선적으로 환급받기로 하였습니다. 로스차일드사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고 전문성이 뛰어나므로 해외자본을 유치하여 한라그룹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IMF 및 IBRD의 건의에 비해 다소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법적장치는 대체로 정비되었으며 mutual fund의 설립과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세제개선 등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체계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실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재원조달 방안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업주들의 경영권에 대한 집착으로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이 기대한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국제적인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가시적인 진전이 곧 있으리라고 봅니다.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의 적극적인 투자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매우 긴요합니다. 여러분의 계속적인 성원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