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사말씀
안녕하십니까?
금융위원장 김주현입니다.
박병원 회장님, 하영구 회장님,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 여러분, 바쁘신 중에도 금융규제혁신회의 민간위원으로서 참석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금융업권을 대표하여 참석해 주신 협회장님, 연구기관의 부원장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 왜 금융규제혁신인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빅블러 현상으로 산업간 영역 구분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핀테크‧빅테크 등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면서 산업의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금융산업은 산업구조와 기술변화에 대응하여 새롭게 변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금융산업이 하나의 독자적인 산업으로서 역동적 경제의 한 축을 이루며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금융규제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금융규제부터 과감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3. 금융규제혁신의 목표
금융규제혁신의 목표는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場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①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상관없이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②금융회사와 빅테크 모두 디지털 혁신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며, ③글로벌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금융회사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원칙하에 기존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며, 그 과정에 어떠한 것도 불가침의 성역(聖域)이 될 수 없습니다.
4. 금융규제혁신의 방법론
제가 생각하는 금융규제혁신의 기본정신은 “함께 일하기(Work Together)”입니다. 업계, 학계, 언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규제혁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충분한 토론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규제혁신의 결과, ①금융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②혜택이나 손해를 보는 이해관계자는 없는지, 또 그것이 정당한지, ③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이나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등 꼼꼼히 따져보고 충분히 토론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규제혁신회의」 위원님들께서 이러한 토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5. 주요 추진과제
규제혁신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수집된 의견을 토대로 일차 검토가 이루어진 주요 추진과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금융회사의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산분리 규제가 있습니다. 금융 안정을 위한 기본 틀은 유지하되, IT‧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기술 활용, 비금융정보 연계 등 테크기업과의 협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업무위탁 규제도 보다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전업주의 규제 합리화에 대한 요구도 많았습니다. 기존 규제 틀로는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기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중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여 검증*해 나가는 한편, 금융회사들이 금융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 현재는 대출상품만 가능, 예금‧보험상품에 대해서도 규제 샌드박스 지정 검토
** 은행→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보험사→헬스케어 금융 플랫폼
셋째,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내겠습니다.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규제 샌드박스 등 현재 운영 중인 제도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의 책임 있는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규율체계도 정립해 나갈 것입니다.
넷째, 자본시장의 인프라를 정비하고 투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종합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신탁제도를 개선하고, 대체거래소(ATS) 도입 등을 통해 경쟁과 자율을 촉진하겠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시장제도를 정비하여 선진 자본시장의 면모를 갖춰 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규제혁신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감독‧제재‧검사 행정 개선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현장에서 금융회사들과 접촉하는 금융감독원이 중심이 되어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6. 맺음 말씀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어떠한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겠습니다.
근본부터 의심하여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습니다.
기존 규제 틀 안에 안주하면 당분간은 편안할 수 있습니다. 규제를 바꿀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바람 앞에 촛불 하나를 들고 꺼질까봐 걱정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입니다. 규제혁신을 통해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 “바람은 하나의 촛불은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리는 것”처럼 변화에서 오는 충격을 두려워해서는 안됨 (나심 탈레브, Antifragile)
「금융규제혁신회의」 위원님들께서도 기존에 익숙했던 규제일지라도 변화된 상황에서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바뀌어야 할 필요는 없는지, 어떠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함께 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