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오늘(6월2일) 「퇴직연금감독규정(이하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7월2일)한다. 동 개정안은 ➊퇴직연금 300조원 시대*에 보다 유연한 적립금 운용을 지원하기 위한 운용규제 개선과 ➋금융안정 제고 및 불건전 영업 관행 개선을 위한 규율 강화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 퇴직연금 적립금(조원): [‘18] 190.0 [‘19] 221.2 [‘20] 255.5 [‘21] 295.6 [‘22E] 335.9
➊ 퇴직연금 제도 별 성격에 맞게 운용규제를 개선한다.
먼저, 확정기여형(이하 “DC형”) 및 개인형(이하 “IRP형”) 퇴직연금의 이해상충 규제를 합리화하고자 한다. 사용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급여형(이하 “DB형”)의 경우,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용자 및 그 계열회사 등이 발행한 증권 등의 편입을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IRP형의 경우,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이 낮아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해상충 규제를 완화하거나 두지 않고 있다. 금번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현재 적립금 대비 10%인 계열회사 증권에 대한 편입 한도가 ①DC형은 20%*, ②IRP형은 30%로 상향됨에 따라, DC형·IRP형 퇴직연금의 보다 유연한 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DC형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을 가능성 ☞ 규제 비율을 IRP보다는 낮게 설정
** [例] A자동차 근로자 X씨가 IRP 계좌를 통해 A중공업(A자동차 계열사) 발행 회사채를 퇴직연금 적립금의 30%까지 편입 가능
다음은 DB형에서 동일인 발행 특수채·지방채를 투자할 때 그 한도를 적립금 대비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DB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의 수준(부채)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어, 미래에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부채)와 퇴직연금 적립금(자산)의 현금흐름을 일치시키는 자산-부채 매칭(ALM: Asset-Liability Matching)이 중요하다. 미국·영국 등 주요 연금 선진국에서는 DB형 퇴직연금에서 ALM에 기반한 운용이 일반화되어 있어, 채권이 ALM 운용전략 구현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금번 감독규정 개정으로 우량한 장기 자산인 특수채·지방채 편입 한도가 상향됨에 따라, DB형 퇴직연금에서 보다 원활하게 ALM 운용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100%까지 편입 가능한 상품의 범위를 확대하는 규제 합리화 사항도 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은 “원리금보장상품”과 금융위원회가 고시한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에 대해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중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의 범위에, ①국채·통안채 등을 담보로 한 익일물 환매조건부매수계약과 단기금융집합투자기구(MMF) 등을 추가하고, ②이미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으로 분류되어 적립금의 100%까지 편입 가능한 채권혼합형펀드의 주식 편입 한도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규율 체계에 맞추어, 현행 40% 이내에서 50% 미만으로 상향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IRP형에서 은퇴 근로자들이 적립금을 연금 형태로 인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보증형 실적배당보험”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1인당 적립금 규모도 ‘22년 약 5,000만원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비중은 ‘22년 기준 약 7.1%**로, 여전히 다수 은퇴자는 일시금 형태로 퇴직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연금 형태 수령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유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 1인당 적립금(만원): [‘15] 2,001.9 [‘18] 3,112.2 [‘21] 4,323.5 [‘22E] 4,787.8
** 연금 형태 수급 비중(%): [‘18] 2.1 [‘19] 2.7 [‘20] 3.3 [‘21] 4.3 [‘22E] 7.1
이번에 도입하고자 하는 보증형 실적배당보험은 납입보험료를 실적배당상품(주로 펀드)으로 운용하되, 운용 이익이 발생할 경우 운용 실적에 따라 추가 기간 동안 연금을 지급하고, 운용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일정 금액을 보증하는 상품이다. 변액연금과 달리, 사업비 등을 수취하지 않으며, 보증수수료는 부과된다. 실적배당상품에 투자하면서도 안정적인 연금 수령을 희망하는 은퇴자에게 유용한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도해지 시 이미 납입한 보증수수료를 차감한 실적이 반환되므로 주의를 요한다.
동 상품은 보험개발원이 보증수수료 요율 검증 절차 등을 마련하고, 상품 개발 및 상품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이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➋ 퇴직연금용 원리금보장상품 시장에서 벌어지는 불건전 영업 관행을 혁파한다.
먼저, 지금까지 퇴직연금사업자(이하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던 공시의무를 비퇴직연금사업자(이하 “비사업자”)의 원리금보장상품에도 적용하여, 소위 “커닝공시” 및 이에 따른 불건전 과당경쟁을 방지하고자 한다. 금번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사업자는 물론 비사업자의 원리금보장상품도 익월 적용할 금리를 금월 공시(늦어도 매월 1일로부터 3영업일 이전까지 공시)하여야 하며, 사업자는 감독규정에 따라 금리가 공시되지 않은 원리금보장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금지된다.
다음으로, 수수료를 활용한 변칙 고금리 원리금보장상품 제공도 금지한다. 지금까지 일부 퇴직연금사업자는 수수료를 보조금처럼 활용해 고금리 예금 등을 만들어*, 이를 일부 대기업 DB형 퇴직연금에만 독점적으로 제공해 왔다. 이는 가입자 간 형평에 반하고, 근로자 이익과도 무관**한 바, 수수료 제공·수취 금지를 통해 해당 영업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고자 한다.
* [例] A은행은 6.3%의 예금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금리 5%를 제공할테니, 퇴직연금사업자 B가 수수료 150bp를 지불해 “예금금리를 보조”할 것을 제안(수수료 차액 20bp는 A은행이 수취)
** 수수료를 활용한 고금리 상품은 대부분 DB형에서 제공 중인데, DB형은 퇴직급여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 ☞ 고금리 상품 가입에 따른 수익률 개선 효과가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에 귀속
마지막으로, 파생결합사채 관련 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일부 증권사들은 실질은 원리금보장상품이지만, 감독규정 상으로는 원리금보장상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변칙 파생결합사채를 제공해 왔다. 현행 감독규정은 원리금보장상품에 적용되는 규제**를 마련하고 있으나, 변칙 파생결합사채는 이러한 규제들을 우회하여 왔다. 금번 감독규정 개정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①사모 파생결합사채는 판매가 금지되며, ②사실상 원리금보장상품에 해당하는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사채***는 원리금보장상품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받게 됨에 따라, 불건전 영업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 ① 원금+수익 보장, ② 중도해지 시 원금손실 無, ③ ELS와 계정분리, ④ 공모로 발행
** 원리금보장상품으로 분류되는 경우에 한해, 공시의무, 수수료 금지, 자사 상품 판매 금지 등 규제 적용
*** [例] 만기 도래 시까지 CD금리가 「[0∼20%] 5% 금리 제공, [20%∼] 원금만 제공」하는 구조의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사채는 실질적으로 “원리금”보장상품에 해당
오늘 입법예고한 감독규정 개정안은 7월2일까지 의견청취를 거칠 예정이며, 입법예고 종료 후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3분기 중에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