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인사말씀
친애하는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새해에는 소망하시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고,
가정에도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새해의 결심을 세우고
새로운 소원을 빌며
서로 덕담을 나누는 것은
항상 마음 설레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시간이란
직선으로만 흘러가고 돌이킬 수는 없는 존재입니다.
새해는 이런 우리로 하여금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미진했던 일에 대해 새 각오를 다지게끔 해줍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는 우리에게 있어
새해란 가히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
작년 한해 금융 재도약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참으로 바쁘게 달려왔습니다.
‘창조금융’, ‘따뜻한 금융’, ‘튼튼한 금융’의
핵심 과제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었습니다.
사회적 갈등의 소지가 있는 주요 현안과제들도
해결의 실마리가 잡혀가고 있습니다.
향후 10년간 우리 금융의 이정표가 되어줄
금융 비전의 밑그림도 마련되었습니다.
여러분의 헌신적 노고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4년은 제가 금융위원장으로서 맞이하는
두 번째 해입니다.
올 한 해는 실질적 정책집행의 해가 될 것입니다.
금융경쟁력 강화의 골조가 올라가면서
구체적 형태가 갖추어지게 될 것입니다.
시장에서도 상당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리라 예상합니다.
이 모든 일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간다면
올해부터는 그 과실(果實)들이
본격적으로 맺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물론 이러한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자세로 노력하면
가능하지 않을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대내외 여건에 따라
세부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고,
신규 과제 발굴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의미에서
올 한 해 우리 금융이 고민하고 나아갈 바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Ⅱ. 금융이 나아갈 길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에 봉착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럴 때 늘 “원칙이 무엇인가”를 고민합니다.
해답은 가장 근본적이고도 단순한 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이 처한 현재의 어려움,
사회적?경제적 변화와 혁신의 요구에 대응하여
저는 두 가지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금융이 희망을 주고 있는가?”입니다.
금융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파이낸스(finance)는
목표를 의미하는 라틴어
피니스(finis)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집 한 채 마련하기’라는 소박한 가장의 꿈부터
‘아이디어만으로 회사 차리기’라는 청년의 도전,
‘은퇴 후의 안정적 삶’이라는 노년의 계획까지
금융은 인생의 크고 작은 목표를 실현시키는
희망의 수단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경제는 저성장?고령화 등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단순히 자본과 노동만 투입해
경제가 성장하는 단계는 지났음을 의미합니다.
과거에 안주하는 금융행태로는 더 이상
새로운 경제적?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금융의 역할도 변화하고 재정립되어야 하겠습니다.
지난 해 발표한 금융비전 역시
금융 역할의 재정립에 대한
통렬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금융의 포용력을 넓히고,
창조금융을 통해 창조경제를 지원함으로써
국민과 기업의 희망의 수단이 되고자 합니다.
첫째, 서민금융회사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유도하고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개선하여
금융의 온기를 보다 확대시켜 나가겠습니다.
서민을 위한 ‘맞춤형 신용평가시스템’ 구축은
시장에서의 자율적인 서민금융공급 확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서민금융총괄기구를 설립하여
서민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고용이나 복지 지원과의 연계를 통해
서민의 자활여건을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모험자본을 활성화하고
이를 창의적 기업과 연결하는 핵심고리인
기술평가시스템을 구축하여
실물과의 동반성장을 도모해 나가겠습니다.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기술평가시스템 구축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올 상반기 내에
기술정보의 공공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산재되어 있는 기술정보를 한 곳에 집중?관리하는
민관 공동의 기술정보데이터베이스(TDB)를
구축하겠습니다.
범용성 있는 기술평가정보 뿐만 아니라
수요자 맞춤형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는
민간 기술신용평가기관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올 하반기부터는
기술평가정보의 실질적 활용을 포함하여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게 할 계획입니다.
셋째, 금융 역할의 재정립에 맞추어
경쟁력 있는, “금융 고유”의 DNA를 가진
다양한 시장 플레이어(player)들이
육성되어야 합니다.
경쟁 제한적 규제 완화,
금융권 M&A 촉진,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 방안 등
새로운 경쟁의 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래 역동적 금융의 핵심 파트너는
금융에만 전념하는 ‘금융전업가’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험자본 활성화 등 창조경제의 융성을 위해서도
금융전업가의 육성은 불가피한 과제입니다.
우리 금융에 대한 올바른 현실인식과
충실한 해외사례 연구 등을 접목하여
구체적인 육성책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금융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결국 금융전업가 중에서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금융이 신뢰 받고 있는가?” 입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신뢰산업’입니다.
신뢰가 바탕에 깔리지 않고서는
희망과 성장을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돌이켜보면 과거 우리 금융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여 `70∼80년대의 실물경제 발전을 뒷받침하였습니다.
기업구조조정 지원과 손실?고통 분담을 통해
`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 극복을 지원하였습니다.
그야말로 묵묵히 경제와 국민생활의
조력자 역할을 담당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포함한 수차례의 위기극복 과정은
우리에게 금융회사와 시스템 건전성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었습니다.
금융이 실물부문에 안정적 재원을 공급하고,
개인과 기업, 사회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건전성 혹은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금융이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을 때
어떠한 비용과 결과가 초래되는지
우리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금융의 특성 때문에
“비올 때 우산 뺏는다”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소 섭섭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우리의 운명입니다.
다시 말해
금융의 안정성 확보와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어떻게 보면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지 요구는
우리 금융업과 금융인들이 안고 가야할 숙명입니다.
정부는 개별 금융회사의
합리적 위험관리를 유도하는 동시에,
전체 경제시스템 차원에서도
적절한 실물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나
각종 금융사건에서도 드러난 바 있듯이
금융의 신뢰성 유지를 위해서는
금융인의 도덕성을 확보하고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 또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일어난 몇몇 사건들로 인해
금융인의 도덕성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도 했습니다.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어떤 행위보다 엄중한 제재를
적용시킬 것입니다.
만에 하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는
시스템 요소들은 없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작년에 설치된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을 통해
불합리한 금융관행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 작업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올 해에는 그 동안 진행 된 기반 작업들을 토대로
소비자들이 실제 느끼는
보호의 체감지수를 높이기 위한 과제들을
중점 발굴하여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업무프로세스 전반에서 성과보상체계에 이르기까지
금융의 가치사슬 전 범위에 걸쳐
근본적 변화를 유발시키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금융은 상시적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옥석을 지속적으로 가려내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은
이미 합리적이고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다음 세대에 경제적 부담을 미루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칙이 확실히 작동하는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우리 세대의 책무일 것입니다.
정부의 노력은 상시적인 시스템을
갖추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 등에 대비하여
튼튼한 위기대응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최후의 보루로써 정부는 금융시스템의 신뢰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 그 자체를 차단코자 합니다.
선제적(preemptive)이고 단호하면서도(decisive)
충분한(sufficient) 조치를 통해
금융의 신뢰성을 지켜나가겠습니다.
Ⅲ. 맺음 말씀
여러분,
2014년도에는 우리의 금융이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