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금융학회・한국금융연구원 춘계 공동 정책심포지엄 기조연설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기조와 과제
2013. 5. 8 (수) 14:50~15:10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
금융위원회 위원장
신 제 윤
Ⅰ. 인사 말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금융위원회 위원장 신제윤 입니다.
한국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춘계 공동 정책심포지엄」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희망의 새시대를 열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와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매우 뜻 깊은 자리입니다.
이처럼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김경수 한국금융학회장님과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新정부의 금융정책에 관심을 갖고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참석해주신 각계각층의 전문가 여러분께도 거듭 감사드립니다.
한국금융학회와 금융연구원은 그 동안 다양한 학술대회와 정책심포지엄을 통해
우리의 금융현안과 정책대안에 대한 토론의 장을 제공해 왔습니다.
심도 있는 논의와 균형 있는 정책제언들은 우리의 금융정책 선진화와 금융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다양한 제안들이 모색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금융이 한 단계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금융이 직면한 도전과 과제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으로서
기조연설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Ⅱ. 도전 : 패러다임 전환과 대내외 금융환경
1.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
우리는 2008년도에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습니다.
창궐하는 탐욕과 무차별적 규제완화가 이를 조장하였습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100달러짜리 지폐에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초상화가 찍혀 있습니다.
지나친 탐욕과 이기심을 경계하고, 절제와 중용의 미덕을 강조했던 그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심히 못마땅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는 일찍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 할 사람이다.”
(“He that is of the opinion money will do everything may well be suspected of doing everything for money.”)
돌이켜보면, 건강한 이윤추구와 탐욕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이미 위기의 싹은 잉태되었습니다.
화려한 장기 고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채 다양한 문제들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2008년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단지 이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기폭제로 작용하였다고 하겠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위기의 여파 속에서 기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G20과 FSB를 중심으로 각국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금융규제의 합리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나아가 금융의 공공성 회복을 중시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적인 금융 패러다임 전환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수동적으로 국제적 추세를 따라가기만 해서는 새로운 난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 합의를 최대한 반영하되, 우리가 처한 여건과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새로운 맞춤형 패러다임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2. 대외 환경
여러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벌써 5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대외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위기가 여전히 진행중임을 알리는 뉴스들이 아직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IMF는 세계 금융위기의 만성화 징후가 농후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선진국들이 실행한 양적완화 규모만 하더라도 이미 6조 달러에 육박하지만 상황의 획기적 반전은 요원해 보입니다.
유럽은 성장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정위기가 또다시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경제도 치솟는 주가를 제외하면,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 정부마저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대열에 합류해 버리면서 주변국들의 우려는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유동자금의 상당 부분은 경제여건이 양호한 신흥국들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향후 선진국 경기회복에 따라 예상보다 빠른 출구전략이 시행될 경우 자본 유출입의 불안정성이 급격히 확대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3. 대내 환경
대내적으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7분기 연속으로 잠재성장률(전기비 1.0%)에 못 미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내외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도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러한 추세는 저성장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시장 침체, 고령화와 청년실업 등 어느 하나 놓칠 순 없지만 동시에 해결하기도 어려운 난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최근 들어 다소 잠잠한 듯 보이기는 하나 단지 미루어진 것일 뿐, 북한 관련 리스크가 언제 다시 불거질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Ⅲ. 정책과제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상황 인식 하에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순환적 관계로 포용하고자 합니다.
균형 성장의 원칙을 확립하여, ‘따뜻한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금융 위기가 없는 ‘튼튼한 금융’, 일자리를 늘리는 ‘미래창조 금융’, 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따뜻한 금융’이라는 세 가지 금융정책 방향을 수립하였습니다.
1. 튼튼한 금융
첫 번째 정책 방향은 ‘튼튼한 금융’을 확립하여 금융위기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이 튼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위기 때마다 급격한 외국자본의 유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습니다.
선진국들의 경쟁적 양적완화가 가져올 수 있는 후폭풍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시스템 내부의 위험요소들에 대해서도 상시적 점검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튼튼한 금융을 확립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키고자 합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는 금융회사의 특성을 감안하여 일반 기업과는 차별화된 시각에서 접근되어야 합니다.
금융회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①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관련되어 있고,
② 규제산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시장규율이 완벽히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차입금 비중이 높아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경영실패가 단지 주주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③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위험성이
항시 존재합니다.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여, ‘주주 대표성’과 ‘공익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지배구조상을 정착시키기 위하여 각계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가겠습니다.
[금융 불공정행위 근절]
튼튼한 금융을 위한 다음 과제는 불공정거래 행위의 근절입니다.
해마다 주가조작 발생건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IT가 발전하고 신종금융상품이 증가하면서 증권관련 범죄의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집니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주가조작은 반드시 적발되어 처벌된다.’ ‘부당이득은 철저히 환수된다.’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지난 4월 18일 관련 기관들이 모두 모여 주가조작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5월 2일에는 중요 증권범죄 수사를 위한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하기도 하였습니다.
적발에서 처벌에 이르는 전 단계를 염두에 두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엄정한 시장규율을 확립하겠습니다.
계열 금융회사간 거래집중이나 분식회계도 함께 개선해 나아가겠습니다.
금융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들입니다.
추가적 유인의 제공을 통한 금융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장기적이고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장에 대한 신뢰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업자금공급 원활화]
튼튼한 금융은 기업자금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작년 연말 이후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채 시장 본연의 기능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자금조달이 간접금융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경우 경기변동의 진폭이 확대되는 구조적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여건을 개선하고 회사채 시장 전반의 정상화를 도모하겠습니다.
어려운 때이지만 그럴수록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발전여력과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게는 자금의 활로를 확보해줌으로써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융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2. 미래 창조 금융
두 번째 금융정책 방향은 ‘미래를 창조하는 금융’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과 시장,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혁신적 경제 패러다임입니다.
생각하지 못했기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새로운 상품들이 실체화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생산함수 자체가 새로이 정의됩니다.
기존의 눈높이를 가진 금융으로는 이러한 창조경제 활동을 뒷받침할 수 없습니다.
창조적인 지식과 기술,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열린 눈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혁신기업과 그들의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들과 자금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창조금융의 핵심입니다.
혁신적 창업기업의 입장에서, 그들의 눈높이에서 금융의 사각지대를 축소해 나가겠습니다.
[정책금융지원 ➡ ‘창조경제형’으로 전환]
정책금융지원 체계도 동일한 맥락에서 ‘창조경제형’으로 전환시키고자 합니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고 성장의 결실을 맺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금조달과 관련한 어려움에도 거듭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창조경제에 내재한 ‘고위험․고수익’의 성격과 주기적 자금수요로 인해 자금조달과 관련된 어려움은 배가될 것입니다.
정책금융의 역할을 재정립함으로써 창조경제와 상업금융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장벽의 높이를 낮추어 주고자 합니다.
최근 발족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TF」를 통해 시장과의 마찰 요인을 최소화하면서도 선도적인 시장 조성과 위험투자 기능을 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입니다.
[성장동력으로서의 금융]
지금까지 실물경제 지원 측면에서의 ‘창조금융’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만, 금융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창조경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대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선도적․혁신적으로 대응하여 금융산업 자체로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자 합니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젊었을 땐 돈이 필요 없지만, 늙을수록 돈은 절대적이죠.” (You can be young without money, but you can't be old without it) 1958년도 영화에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연기했던 매기의 대사입니다.
노후에 대한 재정적 대비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개인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로 발전했습니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은 우리 경제와 사회 전체에 있어 향후 가장 큰 위협 요인의 하나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산업 종사자들에게 있어 100세 시대의 새로운 금융수요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입니다.
금융회사는 금융상품의 저변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한편, 베이비부머들의 노후대비에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개인연금, 퇴직연금, 장기투자 펀드 등 관련 상품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미래준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문화 한류’에 이어 ‘금융 한류’를 창출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우리의 앞선 금융 인프라를 배우기 위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강점을 지닌 금융 IT 등 인프라 수출로부터 시작하여, 금융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신흥국과 관련 지식을 공유하는 한편으로 국내 금융회사의 현지시장 진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우리나라 금융의 가능성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네트워크와 인지도를 쌓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기본기부터 착실하게 쌓아가야 합니다.
3. 따뜻한 금융
마지막 세 번째 정책방향은 “따뜻한 금융”의 구현입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지목하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행히 가계부채의 증가율이나 대출구조는 일정부분 개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GDP 증가율 등을 감안하여 적정한 수준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겠습니다.
고정금리나 분할상환방식 대출을 중심으로 대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습니다.
하우스푸어 문제에도 적극 대응하겠습니다.
금융회사들의 자체적인 채무조정노력을 독려하고,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도 활성화시키겠습니다.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여 주택연금제도 활성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5.1일의 본 접수를 시작으로 국민행복기금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습니다.
현재 논의 중에 있는 학자금 대출채권 매입 등 후속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함으로써 서민금융제도의 정착과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의 강화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융의 생존과 성장에 있어 비용이 아닌 투자의 영역으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정부도 금융소비자의 관점에서 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검토하고 평가하겠습니다.
각종 전자금융 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통해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습니다.
금융회사 전산사고 재발 방지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Ⅳ. 맺음 말씀
여러분, 우리 경제는 나라의 안팎에서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외적 불확실성이나 내부적 문제들 중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다시금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선제적 정책대응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새로운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오늘의 자리는 무척이나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루비니는 자신의 저서, 「위기 경제학」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대공황의 깊은 늪 속에서 정치가와 정책입안자들은 금융시스템의 개혁을 추진했고, 그것이 이후 80여년 간 우리가 누린 안정의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정치한 논의들이 우리 금융의 밝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의 준비가 내일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심포지엄이 모두에게 뜻 깊은 시간으로 기억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