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사말씀 |
금융위원회 가족 여러분!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겨운 얼굴들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지난 5년여간 금융통화위원으로 근무하면서,
여러분들이 우리 금융발전과 시장안정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을 지켜보며 응원했습니다.
무엇보다, 전임 은성수 위원장님께서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특급 소방수‘로서,
탁월한 통찰력과 리더십을 발휘해 주셨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은성수 위원장님께 바톤을 이어받아
금융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책임이 무겁습니다만,
열정과 전문성으로 똘똘 뭉친 여러분들과 함께하기에
든든합니다.
2. 우리 금융의 現상황 및 좌표 설정 |
여러분!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없는 큰 고통과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생경제의 어려움은 현재 진행형이며,
금융지원 필요성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위기극복 과정에서 실시된 막대한 규모의 금융지원이
우리 경제에 잠재부실과 거품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금융산업이 직면한 환경도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을 매개로
경제・금융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위기의 후유증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의 무게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중되는 민생고충을 완화하는 가운데,
우리 금융의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금융정책의 좌표를 재점검하고
전열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36년 공직생활 경험속에서,
‘경제성장‘과 ‘금융안정‘ 및 ‘금융발전‘이라는
세 가지 정책목표에 대해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금융위원회의 목표는
금융안정과 금융발전을 통해
경제성장 내지는 발전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세가지 목표는 때로는 상충되기도 합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금융발전’이 필수적이지만,
금융발전이라 여겼던 신용공급 확대가 과도해지면
오히려 ‘금융안정‘을 위협해
경제성장에 해가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단기 현안인 시장안정에 대해서는
과단성 있게 대처하고,
장기 과제인 금융산업 발전에 대해서는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3. 당면 현안 : 시장안정을 위한 과단성있는 대응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영국 금융감독청(FSA) 의장 아데어 터너(Lord Adair Turner)는
“의장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불과 일주일 전에도,
재앙이 코앞에 와 있음을 알지 못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처럼 금융위기는
예상치못한 시점에 예상치못한 모습으로 현실화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전혀 대처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당면 현안의 핵심을 지적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숙명일 것입니다
첫째, 최근 1년반동안 급증한 ‘가계부채‘가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을 훼손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주요국 최초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였습니다.
이에 더해
美연준의 테이퍼링, 글로벌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는
조만간 가시화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금융・통화정책 정상화”의 과정입니다.
그 동안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산가격 상승과
거침없는 민간신용 확대를 뒷받침해 온 금융환경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등
크고 작은 금융위기의 이면에는
모두 과도한 부채 누적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최근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간의
상호 상승작용의 연결고리를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선, 기 발표한 대책의 효과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둘째, 폭증한 유동성과 여타 요인들이 복합 작용된
‘가상자산‘ 시장 문제도 피하거나 미룰 수 없습니다.
먼저, 가상자산 사업자가
가상자산 거래 영업을 하기 위한 신고절차 이행과정에서,
거래 참여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예측불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관련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하고
이를 시장과 신속히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근원적 제도개선도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국제적 정합성과 국민재산권 보호에 중점을 두고,
관련부처 및 국회와 속도감있게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셋째,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보다 촘촘하게 정비해야 합니다.
소상공인의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등
기 추진중인 한시적 지원조치의 정상화시,
최근 코로나19 방역강화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하여 결정할 것입니다.
최근의 금융지원이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부실을 누적시켜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킨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금융지원 대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는지 꼼꼼하게 점검하는 동시에,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의 자금이 지원되도록
효과성을 제고해 나가겠습니다.
이러한 금융지원이 잠재부실 확대로 연결되지 않도록,
금융현장 최일선에 있는 금융권 및 재정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4. 미래 대비 :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혁신 조성 |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감염병 위기 이외에도,
구조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저성장‧저금리 등
다양한 요인들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커다란 미래 변화 흐름을 대비하는데,
불확실성이 크다고 주저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되며,
당장 성과나는 일이 아니라고 소홀해서는 더욱 안 됩니다.
담대하게 상상하고 치밀하게 분석하여,
우리 금융이 새로운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부응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나갑시다.
첫째, 시장자율성이 극대화되고 금융혁신이 가속화되도록
규제의 틀을 재정립해 나가야 합니다.
우선 빅테크와 핀테크,
기존 금융업권간 협력방안 모색이 긴요합니다.
전자금융과 지급결제 시장의 제도개선도,
유연한 자세로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해결책을 찾아 나가겠습니다.
건전성 감독이라는 명분으로,
사전적으로 원천 금지하여 경쟁을 저해하거나
일상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부분은 없는지,
금융감독원과 협력하여 꼼꼼히 살피고 개선하겠습니다.
둘째, 실물부문에 대한 금융의 ‘자금중개기능‘이
미래 변화에 조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합니다.
미래 우리경제의 성장을 이끌 분야에 대한
생산적・효율적인 ‘자금중개‘는,
금융의 먹거리이자 담당해야 할 책무이기도 합니다.
미래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고,
그 성과를 국민들과 향유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금융소비자・투자자 보호‘에도 주력해야 합니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산업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DLF와 사모펀드 사태 등
일련의 금융사고로 훼손된
“금융의 신뢰” 복원이 시급한 만큼,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겠습니다.
아울러,
최근 논란이 된 머지포인트 사태에서 보듯,
소비자 보호 이슈가
과거와는 다른 새롭고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각별한 관심과 대응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5. 당부 말씀 |
사랑하는 금융위원회 가족 여러분!
“비판과 문제제기”는 쉽지만,
“해법찾기와 문제해결”은 어려운 법입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금융정책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처럼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늘 우리의 노력이
내일의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산업 발전을 좌우한다는
자부심과 각오를 다시 한 번 새겨주기 바라며,
최고의 엘리트인 여러분들께
두 가지를 당부하겠습니다.
첫째,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성있는 금융정책을 만들도록 노력합시다.
셜록홈즈는 추리소설 “보헤미아의 스캔들”에서
“자료를 보기 전, 이론을 세우는 것은 중대한 실수다.
사실에 부합하는 이론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부지불식간에 이론에 부합하게 사실을 비틀기 때문이다” 라고 했습니다.
가계부채 관리, 코로나19 극복, 미래대비 금융혁신 등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정책과제들은
무엇 하나 해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규제강화‘와 ‘시장친화‘, ‘금융안정‘과 ‘금융혁신‘,
’건전성 제고‘와 ’금융소비자 보호‘ 등
상충되는 목표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과거 경험이나 교과서적 이론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고,
현실을 관찰하고 현장에서 해법을 찾아봅시다.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기조 하에 정책을 수립하면,
국민의 눈에 투영된 금융정책의 성적표도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둘째, 낮은 자세로 적극 소통합시다.
전임 은성수 위원장님과 최종구 위원장님도 취임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유능한 정책 파트너들과
보다 긴밀한 정책적 공조가 필요합니다.
금융권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정책금융기관과의 협력과 정보공유도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시장과 국민의 목소리 경청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금융위원회가 특정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있는 금융정책을 수립할 때,
보다 큰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6. 맺음 말씀 |
사랑하는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실물경제 여건과 금융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데,
금융위원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는 높습니다.
이런 시기에 금융위원장을 맡아 마음이 무겁습니다만,
제 공직생활의 마지막 항해를 시작하는 이 순간,
제 곁에 일당백의 ‘금융위 300전사’ 여러분이 있어
힘이 납니다.
우리 모두 조금만 더 지혜를 모아
당면한 우리의 소임을 완수하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